건설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챙겨야 할 현장 팀ㆍ반장들이 정작 사고에 대한 책임에서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의 막대한 권한에 비해 책임 소재는 지나치게 적다는 문제 제기다.

30일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과 형법 등에 따르면 건설 공사의 도급인(원청), 도급인 소속 관리감독자, 사업주(하청), 사업주 소속 근로자 팀ㆍ반장 등은 현장의 ‘안전관리자’로서 사고 예방 활동을 해야 한다. 사고 발생시 이에 대한 처벌 수위 역시 관련 법안에 명기돼 있다.

산안법상 원청업체 소속 현장소장은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이하 안전보건 생략), 원청 안전관리자는 ‘관리감독자’, 하청업체 소속 현장소장은 ‘관리책임자’, 하청업체가 고용한 현장 팀ㆍ반장은 ‘관리감독자’의 직책을 겸한다. 원청과 하청 업체 소속 책임ㆍ감독자가 각각 있는 셈이다.

문제는 팀ㆍ반장들이 관리감독자로 선임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처벌을 받는 경우가 드물다는 것이다. 산안법에 관리감독자의 안전 관리에 대한 의무 이행 사항은 명기돼 있지만, 선임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 책임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 건설사의 자문 노무사는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원ㆍ하청 업체 소속 안전관리자들이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근로자들의 관리자 격인 팀ㆍ반장 역시 하청 업체 소속이지만, 관리감독자가 아닌 경우가 많아 대부분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실제 이들은 건설현장에서 근로자 채용, 작업 관리ㆍ감독, 임금 전달 등 큰 권한을 갖고 있다.

산안법 제14조와 이 법 시행령 제10조에 따르면 관리감독자로 선임된 팀ㆍ반장들은 △작업과 관련되는 기계ㆍ기구ㆍ설비의 점검 △근로자의 보호구 및 방호장치의 점검 및 교육지도 △발생한 산업재해에 관한 보고 및 응급조치 등을 수행해야 한다.

업무상 과실에 대한 처벌조항인 형법 제268조에는 ‘사전 안전상 조치, 확인을 하지 않고 작업지시를 한 관리감독자는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1000만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 관계자는 “하청업체 소속 관리감독자의 의무 사항은 명기돼 있지만, 뚜렷한 선임 기준은 없다. 현장 작업자들의 ‘장’이 통상 관리감독자를 맡는 것으로 안다”며 “원청업체 소속 안전관리자가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가 가장 많기 때문에 현장 관리감독자가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근로자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이들이 팀ㆍ반장들인데 사고 책임에서 가장 먼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이들에 대한 선임과 책임 기준을 분명히 하면 보다 근본적인 안전사고 예방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중기자 kwon88@